최명환 원로목사 08/14/16 해금(奚琴)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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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악기 중에 <해금>이라는 악기가 있습니다. 해금은 고려시대 당나라로부터 들어온 악기입니다. 해금은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가닥 줄의 한쪽 끝에 공명통이 있어서 활로 줄을 마찰할 때 울려 소리가 납니다. 해금을 가리켜 속된 말로 '깽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악기는 주로 향악 연주에 쓰입니다.
단지 두 줄로 되어 있는 해금은 줄을 잡는 손의 위치와 줄을 당기는 강약에 따라 음의 고저(高低)가 이루어집니다. 한국 전통음악가인 강은일 교수(해금 연주자)는 <해금의 두 줄 중 한 줄은 웃음 줄이고, 다른 한 줄은 울음 줄이다. 그 두 줄 사이에서 심정을 토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3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일본의 압박 속에 많은 고통을 당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때는 요즘과 달리 먹고 살기가 힘들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야 했는가 하면 각종 전염병으로 밤사이에 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만났을 때의 인사말도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진지는 드셨습니까?>였는데, 밤사이에 안 죽고 살아 있느냐? 굶지는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니 백성들의 가슴속에는 이래저래 한이 맺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암울했던 시대 해금은 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을 담아냈습니다. 해금에서 나오는 소리는 울고 있는 사람에게서 웃음을 끌어내어 주는 가하면 웃고 있는 사람에게서 갑자기 슬퍼 울 수밖에 없는 울음소리로 바꿔지게 합니다.
우리네 인생 또한 웃음 줄과 울음 줄 사이를 오가는 고통 속에서 아름다운 인생의 심정을 토해 내는 해금과 같습니다. 때로는 웃음 줄에서, 때로는 울음 줄에서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범죄한 인간인 우리인생에게 주신 웃음과 울음의 조화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해와 달, 낮과 밤, 빛과 그림자, 산과 골짜기, 강과 사막, 맑은 날과 흐린 날, 장미와 가시, 기쁨과 슬픔, 어둠과 상실, 순경과 역경, 선과 악, 그리고 건강과 아픔이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살아갑니다.
저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날마다 이 해금과 같은 인생의 두 가지 소리를 번갈아 듣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옛말이 있지만 별로 가지가 많은 것도 아닌데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날마다 무슨 큰 일이 생긴다는 말은 아닙니다. 내 사랑하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일들로 같이 기뻐해주어야 할 때와 같이 아파해주어야 할 때가 뒤범벅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기서 웃음 줄이 튕겨져 같이 웃다가도 잠시 뒤 저기서 울음 줄이 튕겨져서 금방 울다가 보면 어느새 또 다시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쳇바퀴 돌 듯 하는 이런 내 하루하루의 삶이 팔자(하나님의 뜻)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내 삶이 싫지 않습니다. 아무에게나 맡겨주지 않은 이 귀한 사명을 나에게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그들과 같이 기뻐해줄 수 있고 같이 아파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그들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나 인간적인 한계 때문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저와 우리 아름다운 동산교회 성도들이 주님 십자가 안에서 주님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상 결국에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실 줄 믿고 기도합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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