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환 원로목사 06/05/16 염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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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참 염치도 없네!>라고 말하면서 눈치를 주고 못마땅해 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습니다. 실제 또 인간관계를 맺고 살다 보면 상식 밖의 염치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주간에 제가 그 누군가에게 정말 염치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핀잔을 준적이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궁금할 것입니다. 염치없는 그 누군가는 사람이 아닌 우리 집 언덕(유휴지)에 심겨진 4그루의 감나무 중 한 그루입니다. 이 감나무들은 재작년에 제가 다 큰 나무를 구해다 심은 것입니다.
작년에는 열매가 열렸지만 알이 너무 작아 한 개도 따먹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큰 기대를 걸고 닭똥거름도 주고 물도 열심히 주었습니다. 그 중의 3그루는 30여개 아니면 열대여섯 개씩 감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한 나무만은 감이 단 한 개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것에 비해 나무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고 해 걸이도 분명 아닙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결국 열매가 열리지 않습니다. 똑 같은 땅에 똑 같은 크기의 묘목을 심고 똑 같이 돌봐주었는데 왜 그 감나무는 한 개도 열리지 않은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감나무는 열매도 맺지 않으면서 물은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습니다. 참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똑 같이 물을 주다가 약간 미운 생각이 들어 한두 번 물을 안주었더니 잎이 노래지면서 빨리 물을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열매 맺지 않은 무화과나무가 생각났습니다. 주인(하나님)은 열매 맺지 않은 무화과나무 당장 찍어버리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그 농부(예수님)는 한해만 더 기회를 주자고 간청했습니다. 그 열매 맺지 않은 감나무가 바로 나일수도 있는데 한해 더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나의 옹졸함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도 주님께서 보실 때 정말 염치없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염치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어떤 사람은 갈치, 멸치, 꽁치 등의 <치>자가 붙었기에 물고기 이름에서 나온 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염치(廉恥)는 물고기 이름이 아니라 <청렴할 렴(廉), 부끄러울 치(恥)>자를 써서 <청렴하고 부끄러움과 수치를 아는 마음>이라는 한자어입니다. 어쩌다가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게 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염치입니다. 그런데 염치가 없어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로 <몰염치한 사람, 후안무치한 사람>과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고, 또 염치는 <정말 면목 없습니다.>라고 할 때 면목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염치가 얌치라는 말로 변형되어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얌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염치라는 한자 앞에 <가라앉다, 없다>라는 뜻의 몰(沒)이라는 글자를 붙여서 <몰염치(沒廉恥)>라는 단어도 생겨났습니다. 거기다가 아예 <깨뜨릴 파(破)>자를 붙여서 정상적인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행위를 비판하는 <파렴치(破廉恥)>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저를 비롯해서 우리 한국교인들의 신앙자세가 하나님 앞에 너무 염치없이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의 무화과나무와 우리집 그 감나무처럼 아무런 열매도 맺혀드리지 못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받기만을 원하고, 심지어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복 받기만 바라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부터 먼저 우리주님 앞에 염치없는 사람이 아닌 염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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