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15 세월과 망각(忘却)의 은혜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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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21:25절에 보면, 사도요한이 요한복음을 다 기록한 뒤에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을 낱낱이 기록하면 이 세상에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와 같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 구원의 은혜이고, 둘째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주시는 일반적인 은혜입니다.

나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주신 것은 사실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고 이 생명 다해도 갚을 수 없는 정말 크신 은혜 아닙니까? 거기다 구원 얻은 내 영혼의 집인 육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주시는 은혜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태양을 통해 빛과 열을 주신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고, 우리가 숨 쉬고 살 수 있도록 공기 속에 21.6%의 산소가 유지되게 해주신 것도 은혜입니다. 아침에 질소를 머금은 이슬을 내리게 해주신 것 역시 분명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 많은 은혜들 가운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하나님의 은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 지난날의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망각의 은혜입니다.

제 바로 밑의 너무나도 예쁘고 착한 여동생이 7세 때 아버지가 경영하는 한산도 바닷가 어장막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죽었습니다. 그 후로 제 어머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울면서 여동생의 무덤을 다녔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10살 밖에 되지 않았던 저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엄마 저러다가 미쳐서 죽지!> 그런데 1년 2년 세월 지나자 우리 어머니의 얼굴에서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망각의 은혜입니다.

애굽에 종으로 팔려간 요셉이 약간 30의 나이에 애굽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요셉의 지난날들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형들의 미움을 받아 구덩이에 던져져 죽을 뻔했지요, 낯선 이국땅에 노예로 팔려왔지요, 그리고 13년이나 종살이,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한 맺힌 세월이었습니다. 우리같으면 날마다 이를 부드득 부드득 갈면서 <이 형님놈들 어디 두고 보자> 가슴에 복수의 칼을 품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어디에도 요셉이 복수의 칼을 갈고 살았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물론 요셉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신실한 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훗날 형들을 만났을 때 잘 대해주면서 자신이 애굽에 종으로 팔려온 것이 형님들 탓이 아니요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자 이름을 <므낫세> 곧 지난날 나의 모든 고난을 잊어버리게 해주셨다고 하는 것을 보아, 요셉의 가슴속에는 분명 지난날의 쓰라린 아픔의 기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지난날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아들의 이름을 므낫세로 지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그 어떤 문제도 세월가면 끝이 나고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인내하고 기다리다보면 세월은 가고 그 세월은 내가 어떤 자세로 살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이 지난날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는 망각의 은혜를 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그 어떤 일에도 낙심하지 말고 주님 앞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살아 내 인생과 함께한 세월이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