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환 원로목사 11/29/15 은혜를 모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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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밤 저는 늦게까지 Internet을 통해 고 김영삼 대통령의 입관예배와 장례식을 지켜봤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하루하루를 모두 다 반납하고 관속에 누워있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 편안해 보였습니다. 저는 그가 별난 정치적 인생을 살았어도 예수 믿고 죽었기에 천국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분과 두 번 정도 악수 해본 것 외에 특별한 인연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선거유세를 따라다니다가 돈 7만원이든 지갑을 쓰리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인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네겠지요.
제가 그분을 좋아한 것은, 첫째 그분이 예수 믿는 장로였기 때문이고, 둘째 뭔가 숨기는 것이 없는 뜻한 구김살 없고 솔직담백한 모습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이 대통령선거 유세를 할 때는 부산지역은 물론이고 심지어 마산과 대구등지로 원정을 가면서까지 그분을 지지한 적이 있습니다.
30여 년 전 한국사회는 총칼로 무장하고 협박하는 군부의 장기집권세력아래 힘없는 국민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짓밟혀 죽거나 고문당해 불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누가 그런 군부세력(하나회)을 뿌리 뽑고, 두 전직 대통령을 체포해 감옥으로 보낼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 동남아의 미얀마(버마)를 보세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군부를 무시하지 못해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은 30년 전에 목숨을 걸고 군부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해 수평적 문민 정권이 교체되도록 했습니다.
사회전체에 만연된 부정부패와 지하금융거래로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시기 그분의 전광석화 같은 금융 실명제 실시로 오늘의 한국경제가 있게 된 것 아닙니까? 자기재산을 먼저 공개해서 부정부패에 젖어 있는 관료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도 당시로서는 그분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부인이 살고 있는 그 집 한 채 마저 헌납했는데 어느 대통령이 그렇게 했습니까?
그런 분이 대통령 임기 말에 IMF사태로 천하에 죽일 죄인이 되어 퇴임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마침 세월이 지나고 이번 서거를 계기로 그동안 IMF사태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한 그분의 업적이 하나둘 들어나게 되고 재평가 움직임이 나타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걸핏하면 집단이기주의로 복면 둘러쓰고 데모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한심합니다. 하기야 <밥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하고 말하는 그들이 뭘 봤어야 알지요. 오늘날 자녀들도 자기들이 잘나서 오늘이 있는 줄 생각합니다. 사실 자기들의 그 오늘은 부모가 만들어준 것인데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누리는 그 자유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고통받은 선배들이 만들어 준 것 아닙니까?
우리의 신앙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리 안에서 우리가 자유하는 것은 십자가에 피흘려 죽으신 주님의 은혜 때문이고,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믿음의 선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걸 모릅니다.
주일날 교회 나오고 예수 믿는 것이 마치 목사나 하나님께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시대, 우리만이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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