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13 지족(知足)하여 자족(自足)하는 삶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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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어떤 마을에 가면 온천과 냉천이 나란히 솟아오르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찬물과 더운 물이 같은 곳에서 솟아나와 빨래하는 데는 그저 그만이라고 합니다. 지나가던 한 관광객이 빨래하는 장면을 보고 너무 신기해서 물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참 좋겠습니다. 찬물과 더운 물이 함께 나오니 말입니다. 빨래할 때면 감사가 저절로 나오겠군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정반대였습니다. <찬물 더운물과 함께 비누 물도 나오게 했으면 좋을 텐데 비누물이 나오지 않아 좀 불편합니다.> 

전도서 1:8절에 보면 전도자는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 도다>하고 탄식했습니다. 모든 강물이 다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데도 바다를 채우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욕심도 바다와 같아서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합니다. 

개혁성경에 보면 지족(딤전 6:6)과 자족(빌 4:11)이란 말이 나옵니다. 지족(知足)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를 아는 마음이고, 자족(自足)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족하고 자족하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서양 격언에 <제일 가르치기 어려운 수학 문제는 우리가 받은 복을 세어 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복을 받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족은커녕 지족의 의미조차 모르고 산다는 것입니다.

목사인 저 역시 지족하고 자족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50명만 모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하나님, 50명만 모이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50명이 되고 난 뒤에는 70명만 되면 찬양대를 비롯하여 그런대로 어느 정도의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겠다 싶어 <하나님, 70명만 모이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다가 100명, 150명, 근래에 와서는 <하나님, 출석교인 200명만 되게 해주세요.>하면서 기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지족과 자족과 거리가 먼 삶입니까? 그래서 나도 별수 없구나, 하고 하나님께 회개하지만 어느 새 또다시 그런 욕심을 가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면 그런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난주간 어떤 목사님이 저에게 <교회가 많이 부흥되었지요?>하고 묻는 것입니다. 제가 <출석교인 200명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 보니 그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는 3,4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교회인 것입니다. 얼마나 미안하지, <하나님, 제가 또 교만한 마음을 가졌습니다.>하고 회개는 했지만 분명 또다시 저는 지족과 자족과는 거리가 먼 욕심을 품고 살게 될 것입니다.  

지족은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는 것이고 자족은 세상에 미련두지 않고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신앙인의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따라서 지족과 자족은 믿음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이 주신 분복을 믿음으로 지족하고 자족하는 삶을 감사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 4:11-12). 그런 자신의 경험을 들어 제자인 디모데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